'일본소설'에 해당되는 글 2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쿠니 가오리/김난주 옮김/2006.10/소담출판사
할 일 없는 주말 교보문고를 어슬렁거리다 살까말까 고민 3분.
그냥 보지뭐... 이렇게 사버리고 1층 엔젤리너스 커피숍에 앉아 커피마시며 읽기 시작.

제목을 봤을 때 뭔가 아쉬운 기억, 추억, 사랑, 인생 이런거겠거니...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한 문체가 좋다.
언제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감성표현이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게 한다.

재밌는 구성이다.
17세 여고생의 한 클래스.
이렇다 할 가치관의 정립도, 판단력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막연한 이성에의 동경,
세상에 대한 신비감과 두려움, 알 수 없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 답없는 고민에
빠져드는 시기.


이를 임의의 한 클래스의 구성원들, 몇몇 그룹과 인물을 통해 드러냄과
동시에 각 캐릭터의 입장에서 동일한 시기의 각 개인의 입장에서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스토리
.
내가 느끼는 나의 일상과 나만의 비밀스러운 감정들, 그리고 관찰자 (친구
내지는 클래스 메이트)입장에서 느끼는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냈다.

읽어갈수록 내 안에서 막연한 기억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길을 걷다 이유없이 눈물 나던 일,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에 친구에게 상처주고,
상처 받았던 기억,막연한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내면의 순수성에 대한
결벽증과 모순.이 모든 것이 불협화음처럼 존재함으로 인해 머릿속이 울렁이던
사춘기 소녀 시절.ㅋ

그렇다.
언젠간 기억에서 사라지고, 느낌조차 기억하지 못할 날이 언젠가는...올 지도
모른다.하지만 한번씩은 이런 책을 통해, 또는 영화나 다른 매개체를 통해
어지러울 정도로 예민하게 세상 모든 것을 느끼고 받아들이던 소중한 나날들을
곱씹어보고 싶다.

한 때는 소녀였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잊혀져가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한번쯤
느껴보라는 작가의 배려가 마음 속 깊이 와닿았다. ^^




Posted by silverlin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는 2007년 들어 두 번째 눈이 내렸다.
첫 눈만큼의 설레임과 놀라움은 아니었지만 따스한 입김으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걸어가는 퇴근길이
춥지만은 않은,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따스한 온기가 조금씩 스며드는 그런 밤이었다.

츠지히토나리의 '사랑후에 오는 것들'을 읽기에 딱 좋은 타이밍.

일본어가 재밌어서, 일본영화가 좋아서,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스무살의 겨울이 눈앞에 스쳐간다.
일본문학전공이란 말이 부끄럽게 접해본 작품도, 작가도 너무도 협소하여
누군가에게서 전공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일본어라고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한일 교류의 해 기념으로 한국의 '공지영'님과 일본의 '츠지히토나리'님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 오해와 갈등, 뿌리깊은 역사적 피해의식의 종식을 촉구하는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화합해 나갈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한다.
소설 속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준고'와 한국에서 윤동주 시인의 일본에서의 발자취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서 유학온 '최홍'. 내일출판사 사장의 딸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온 홍이와 아르바이트를
밤늦게까지 해야만 하는 준고의 운명적인 만남. 그 시작은 이노카시라 공원.
하루도 빠지지않고 달리기를 하는 홍이는 겨울의 어느날, 고바야시 칸나와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아직 힘겨워하던 준고와 마주치게 된다. 스쳐가는 만남이었을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를 시선에 이끌려
그들은 얘기를 주고받게 된다.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나 막 일본에 와서 서툰 일본어로 인해
말수가 적었던 홍이와 준고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몇번의 만남이 이어지다 동거를 하기에 이른다.

홍이는 준고를 한국식이름인 '윤오'라 부르고 서툴지만 순수함 그 자체로 준고의 마음을 두드린다.
홍이를 사랑하지만 학교, 아르바이트에 쫓겨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가던 준고에게 홍이는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안식처, 그리고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생활고의
힘겨움을 모르는 홍이는 준고의 아르바이트로 인해 매일같이 늦는 귀가와 타지에서의 외로움, 고독함으로 점차 마음이 병들어간다.

매일밤 준고의 품에서 잠이들어도, 고독감을 쫓기위해 매일 끊임없이 달려도
홍이의 마음의 병은 깊어져가고 이는 점점 준고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조그만 간격이 생겨, 사소한 다툼이 시작되었다는건
그건 이미 몸 전체에 병이 퍼져버렸다는 것이다.
다투던 어느날 준고가 집을 비운사이 홍이는 한국으로 돌아가버렸고
홍이가 좋아했던, 준고에게 선물했지만 헤어진 후에야 읽기 시작한 윤동주의 시집.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홍이를 이해하려조차 하지 않았던 순간순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떠오르기 시작한다.
홍이의 외로움, 홍이의 나라, 홍이의 모든 것을 잘 이해한다고 느꼈었는데 지나고 돌이켜
생각할수록 홍이를 적으로 내몰았던 기억들, 그리고 깨달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준고는 홍이를 단 하루도 잊지 못한채 홍이와의 사랑을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홍이에게 이 책이 닿을 것을 기대하면서.

7년후.

한국에 출판기념 사인회를 위해 방문하게 된다.
홍이의 나라, 홍이의 흔적.
복잡한 심경으로 한국으로 온 날 홍이와 재회하게 된다.
작가와 통역가로서.
서로를 감추며 낯설게 하루가 지나고 통역가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한국에 머무는 일주일간 7년간 기다려온 홍이에 대한 마음을 진심을 다해 전달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에 결혼할 애인이 있다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홍이가 살고있는 분당의 호수에서
지금도 달리고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린다.

첫번째 기다림에선 달리는 속력을 늦추지 않고 스쳐간 순간, 홍이를 통해 현실을 깨닫고
사랑은 지나간 것임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결국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번째 기다림에선 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지난 7년간 매일 홍이를 생각하며 달렸던 마음,
홍이가 외로움, 고독감과 싸우며 달렸던 것처럼 하루도 홍이를 잊지않고 달렸다는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4바퀴째, 둘은 손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사랑은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질수록 짙어오는 것이라 했다.
잊으려 하는 노력도,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의 일부임을.

누구나 사람은 상대방을 어느정도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소중한 관계에서라면 더더욱 그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이해한다 착각하며 살아간다.
사랑은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보단
매순간 사랑을 유지하고 키워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힘든 일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건 마주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쓰고보니 왠지 쓴웃음이 난다.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얄팍한 자존심, 아집, 편견따위 제껴두고
마음을 다해 부딪쳐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Posted by silverline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