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네가 했던 말인데 말이야...
사람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게, 혹은 들키지 않게
감추려 한다는 말 말야.
그 때는 그 말이 참 감정 상했더랬어.
나에게 한 말이 아닐지라도, 스스로가 들켜버린 느낌이었거든.
어려서부터 그랬나봐. 시작점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걸 보면.
인정받지 않고선 견딜 수 없어했거든. 어떤 것에서든,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났고, 인정받기 위해선 때론 거짓말도 했고 말야.

그리곤 말을 잘 하지 않게 됐어.
하지 않으면 드러나진 않을테니, 그걸로 된 게 아니겠냐고 생각했거든.
그러면서부터 사람들이 보이는 거야.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의 말들, 표정들, 말을 주고받을 때 대응하는 모습들 말야.
평소였다면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생각하며 들었을 테고 어떤 식으로든
판단하느라 놓쳤을 사소한 많은 것들이 말을 포기하는 순간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처럼
보여지더란 거지.

눈물이 핑 돌았어. 뒤늦은 깨달음이 올 땐 꼭 눈물이 나거든.
다행히 눈물을 흘리지 않고 삼키는 법을 배워서 이젠 눈물을 삼키는 데 3초도 채 걸리지
않아. 눈물을 삼키는 최고의 비법을 알게 됐거든. 그건 웃음이더라구.
눈물이 날 때 나는 웃어버려. 그럼 웃음소리에, 혹은 웃는 모습에 놀란 눈물이 어느새
사라져버려.

어제밤 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어.
billie holiday 노래를 틀어놓고 잭콕을 마시며 써내려가는데 이게, 음악에 취한 건지
술에 취한건지 글씨는 삐뚤삐뚤 자라도 대고 써야하나 싶을 정도였는데...
편지의 특성상 솔직한 마음을 전하려 잡은 펜인데,
한 장 한 장 쓸 때마다 몇 번이고 그걸 읽고있는 나를 발견하는 거야.
한번은 틀린 부분이 없는지, 내 입장에서 한번, 읽는 사람 입장에서 한번, 그리고 또 한번...
드러내어 표현하기 위해 쓰는 편지조차 쓰고나서 드러난 부분이 없나 황급히 덮어버리기
위해 몇 번이고 읽으며 미심쩍은 부분을 찾아내고자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봐.

그 때 술잔에 니 얼굴이 떠올랐어.
오해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이런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던 니가 떠올라 씁쓸하니 웃고 말았다.

요즘 말이야...다시 한번 힘을 내어 나답게 살아가자고, 그렇게 새롭운 시작을 하자고
생각했던 처음의 결심이 잊혀진건지 어느샌가 또다시 나를 돋보이게 해 줄 화려한 뭔가를
찾고 있더라구. 스스로의 만족보단 결과에 치우쳐서 말이지.
부족함을 감춰줄 뭔가가 아닌, 부족함을 채워줄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야 하는데
말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 결국 너의 그 말 한마디가 정신을
들게 해준게지.

얘기하다보니 듣고 싶은 곡이 생겼어.
니가 좋아하던, 내가 좋아하던, 글루미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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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lver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