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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미술사 전문학도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리뭉실한, 겉핥기에 불과할 지 모르나
나같이 그림에 무지한, 마냥 전시회나 쫓아다니며 나름대로의 느낌만으로 그림을 좋아라하는
아마추어에게 있어선 얼마나 반가운 책이었는지 모른다.

먼저 일반인들에게 있어 그림을 감상할 때의 3가지 큰 틀, 식견에 대해 알려준다.
1. 시대적 배경, 양식
2. 화가의 태생과 성장환경
3. 의미론(기호학적 관점의 하나로 작가 고유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르네상스 양식과 딱딱하고 어딘가 엄격하고 경직된 고딕양식.
그리고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뀌어 온 그림 양식들.

저자의 말처럼 그림은 한 줄의 텍스트를 글 대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그림을 통해
화가의 사상과 그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그림감상이다.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처럼 지나친 해석주의는
보이는 것보다 이성으로 지각하는 것을 더욱 크게 받아들여
올바른 그림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화가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그렸든 말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할 뿐이며,
알아주는 이가 있기에 미술사, 그림이 꾸준히 발전해온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꾸준히 알아주는 이가 필요하며, 이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나,
지나친 해석주의는 지양해야 한다...정도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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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의 미술사에 대한 저자의 여성학적 접근.
왜 역사적으로 레오나르도다빈치같은 여성은 없었느냐..라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금기시 되었으며, 16, 17세기까지 여성은 누드 모델은
될 수 있을지언정, 작업실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었다고 하니, 그림의 완성이라고 하는 누드그림은
여성에겐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위의 그림은 벤틸레스키(여성)의 '유디트'이다.
성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유디트와는 사뭇 다르다. 젊은 유디트와 적극적인 시녀(이 그림에선 동료로 표현되어 있다) 의 도움으로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이 그녀의 유디트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여성임에도 유명화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는 바와 같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강한
남성다움 때문이라고 하니 정말 아이러니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 양식, 작가들로 인해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것들이
많다. 작가는 말이 아닌 작품만으로 표현하므로.
퍼포먼스 당시의 모든 것들은 표현하는 예술이 되나, 퍼포먼스 이후 잔재의 전시품들은
예술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쓰레기,또는 의미없는 잔재쯤으로 여겨야 할 것인가.
예술을 행하고 있는 순간이 예술인 것인지, 예술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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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유명한 몬드리안의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교과서에서 숱하게 접해온 터라 매우 익숙한 작품이다.
어린 마음에 이런 것이 어떻게 작품인가, 이건 도대체 뭘까..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이를 '선과면, 색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선과면, 색의 의미라는 관점에서 다시한번 바라보면 새로운 작품으로 자신의 안에서 재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의 기호학적 분석의 틀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다.
대학시절 교양강의로 들었던 '문화기호학'이 책을 이해하는 저변에 깔려 도움이 될 줄이야...
정말 재미없어하며 들었던 과목이었는데 어떤 지식이든 쓸모없는 것은 없나보다.
통사론(문법), 의미론(의미를 해석하는 방식), 화용론(문맥, 상황에 적합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지는 기호학적 분석 틀.

기호학의 출발은 롤랑바르트에서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결국 언어학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언어, 그림, 음악 등 모든것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이 모든 것의 기원은 언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언어의 다른 표현양식들을 언어로
다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호학적 접근인 것 같다.

끝으로, 보고 즐기는 것을 사랑하는 일반인으로서 피상적 지식, 전문적 식견이 아닌,
일반인들이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고 즐기는 것의 밑바탕을 풍부히 해줄 수 있는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같은 양서가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Posted by silver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