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누군가 나한테 그러더라.
 어쩜 그렇게 쿨한건지, 쿨한척 할 수 있는건지.
 
 자연스럽게 몇 번쯤인가 술마시고
 밤새워 얘기도 하고
 어느샌가 그 사람이 참 편하게 느껴진 거지.
 편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주제를 쉴 새없이 바꿔가며 얘기해 본 것도
 너무 오랜만인 것 같고.
 '이런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참 좋다. 하고 말이지.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내게 묻는거야.
 "지금 우린 어떤 관계일까?"
 "글쎄...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안되나?
  난 그러고 있는데..."
 그러고 돌아온 대답이 쿨한건지, 쿨한척 하는건지...인거야.

 그러고 한동안 곰곰히 생각해봤어.
 역시 그가 옳은 거지.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만,
 그 사람에게 쿨할 수 있는 만큼,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빠져버린 게 아니란 걸.
 
 비슷한 얘기로,
 몇 년전 친구들과 술먹다 하던 얘기가 떠오르는 거야.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후,
 쿨하게 친구가 될 수 있냐는 거였지.
 형식적인 친구 말고.
 감정적으로 깔끔히 정리된,
 정말 친구 말이지.

 나는 될 수 있다 그랬어.
 어린시절 잠시 사귀던 친구랑은
 지금은 오래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이 되었고,
 20대 중반쯤 몇 년인가 만났던 사람과도
 가끔 연락하는,
 하지만, 언제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편한 친구가 되었고.
 
 그 때 생각했던 건,
 남녀간의 친구란 건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얽히지 않은 것보다,
 만나가며 서로에 대한 이성의 감정을 모두 소모시킨 후에야
 오히려 동성친구보다 더욱 깊고 편한 친구가 될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 말이지.

 근데 말이야.
 꼭 한 명이랑은 친구가 되질 못했어.
 헤어지고 7년이 지났지만,
 헤어진 후 연락 한 번 못하겠더군.
 그 사람 연락 기다리게 될 나 자신이 싫어서
 전화기부터 바꿔버렸고.
 지금 우연히 마주친다 해도,
 당황하며 도망가 버릴 것만 같아.

 요는,
 사귀던 사람이랑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에겐 쿨할 수 없는 것처럼.

 아직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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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lver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