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오늘을 기록하다! 2007.12.16 19:55

 

 6호선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
 어디선가부터 구수한 콩냄새가 진동을 한다.
 지하계단입구에 할머니 한분이 노오란 콩고물 떡을 팔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느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텐데 어쩐 일인지 멍하니 멈춰서서
 약속조차 잊은채, 할머니손 꼭 잡고 시장을 나서던 5살난 꼬마아이가 되었다.
 
 어린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셨고, 언니들이 학교에 가있을 시간엔 항상 혼자였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내 옆엔 늘 할머니가 계셨다.
 우리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할머니셨다.
 동네 개구쟁이 꼬맹이들도 할머니 한마디면 모두 도망가기 일쑤였으니...
 나역시 할머니가 적잖이 무서웠으며 말대꾸 한번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있을 수 없는 나이인지라 나는 어디든 할머니를 따라다녔다.
 친구분들과 여행하실 때조차 따라갔었으니...ㅋ

 점심먹고 할 일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노을 질 무렵이 되면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따라나섰다.
 과일, 생선, 야채 등 신기한 물건 가득이던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아 나올 때쯤,
 할머니는 꼭 내게 떡을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100원에 8개를 주던 노오란 콩고물 떡.

 누군가 등뒤를 탁 쳐서 깜짝 놀라 돌아보니 친구가 웃으며 서있다.
 오늘은 상암 cgv에서 다즐링 주식회사를 보러가기로 한 날이었지.
 6호선을 갈아타는 합정역 지하통로에서 5살박이 꼬마아이가 계단에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
 문이 닫히고 다음역을 향해 가고있는데 시선은 아쉬운듯 떠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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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lverline